Nature Portrait / 다원예술공간 도어 / 서울 / 2011
Nature Portrait / 다원예술공간 도어 / 서울 / 2011




Nature Portrait

다원예술공간 도어

2011. 4.23-29 




자연이 사람들에게 주는 감동'이란 것은 나에겐 그야말로 어떤 말로 표현해도 부족하고어떤 글로 쓴다해도 진부하다그렇지만 자연이 주는 감동을 직접 체험하는 것 그 자체는 늘 결코 진부하지 않다예컨대 맑은 오후 수천 개의 햇살들이 반짝이는 우리 집 뒷산의 숲 속을 걸을 때에홍지동에서 보는 북한산과 북악산인왕산들의 강한 존재감이 담겨있는 형상들은 나에게 언제나 새롭고언제나 생성의 순간들이며때로는 내가 단순히 관조하는 자연 풍경들이 아니라 날 둘러싸며 끊임없이 내 신체를 더듬고 있는 하나의 우주적 광경이다내 감각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온전히 깨어있고 열려있으며 작동한다.

 


이러한 자연에서 나오는 긍정의 에너지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 ‘그리기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과연 외계의 대상을 가장 정확하게 재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르네상스의 기하학적 재현법인가인상주의의 빛에 대한 사물의 표면적 솔직함인가아니면 산수화의 삼원법에서 볼 수 있는 체험을 바탕으로 한 시각적 종합인가차라리 자코메티가 그랬듯 대상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지우면서 남긴 흔적의 기록들인가세잔처럼 대상을 홀로 살아 있는 색‘ 으로 번역하며 조화시키는 것인가무엇 하나 이뤄내기 쉽지 않을 뿐더러무엇 하나 명쾌하지도 않다.

 


첫 번째 개인전은 이러한 그리기의 첫 번째 고민들의 결과이다대상(자연)을 내 눈으로 직접 본다는 것에 대한 시도그리고 그 시선을 고스란히 손의 감각에 맡기는 시도이다내 모든 그림의 출발점은 드로잉이며드로잉 속에서 대상을 재현하는 새로운 방식을 점차 찾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누드드로잉은 인간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자연의 일부로서 대상을 그리는 형식적·방법적인 부분을 실험한 것이고지구상에 현존하는 형상 중 가장 생명력과 존재감이 느껴지는 과 항상 우주 속을 유영하는 느낌을 받는 숲 속을 그렸으며 현장에서 대상과의 직접 대면을 통한 그리기를 고집했다.




2011

오재형